밸브 200세트를 남미 바이어에게 수출하기로 한 건입니다.
계약 조건은 CFR, 현지 항구 도착 기준으로 최종 가격을 정했고, 바이어와의 긴 협상 끝에 단가와 조건 모두 OK.
우리 측은 해당 제품을 HS 코드 8481.80.2090 – 기타 밸브류로 분류했고,
해당 국가는 한국과 FTA가 체결되어 있어 특혜세율 8% 적용이 예상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습니다.
“이건 밸브가 아니라 파이프 피팅입니다.” – 세관의 통보
수출은 무사히 진행됐지만, 수입 통관 단계에서 바이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세관에서 관세율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해당 제품을 ‘파이프 피팅(7307류)’으로 재분류해서, 관세를 20% 매기겠다고 하네요.”
갑작스러운 관세 변경에 바이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우리 쪽은 “제품 설명서와 도면, 성분표까지 첨부했는데 왜?”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입국 세관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이 밸브는 설계상 파이프 사이에 연결되며, 주 기능은 유체 차단이 아닌 연결 기능으로 판단되므로 "밸브가 아닌 이음쇠(fitting)"로 분류된다는 것이었습니다.
HS 코드의 숫자는 ‘세율’, ‘규제’, ‘신뢰’까지 결정합니다
HS(Harmonized System) 코드는 단순 상품 분류표가 아닙니다.
국가마다 수입 규제, 검사 대상 여부, 인증 요건, FTA 적용 여부까지 이 코드 하나에 따라 전부 갈립니다.
- 8481류 (밸브류) → FTA 협정세율 대상, 품목 인증 필요 없음
- 7307류 (이음쇠류) → FTA 제외, 고세율 + 기술 규제 적용
- 8413류 (펌프류) → HS상 기계류 취급, 품질인증 요구
우리는 밸브라고 생각했고, 기능상 유체 차단 역할도 분명 존재했지만,
세관은 “주요 기능과 연결 방식”을 근거로 분류를 변경했고, 그로 인해 관세도, 통관 절차도 모두 달라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 실수의 본질
- ✅ 한국 기준 HS 코드만 믿었다
→ 한국에서 인정되는 HS 코드를 수입국에서도 동일하게 받아들일 거라는 착각 - ✅ FTA 적용 여부만 확인했지, 세부 품목 분류는 확인하지 않았다
→ FTA 특혜 품목표는 국가별로 다르며, 동일 코드라도 협정 적용 여부가 다를 수 있습니다. - ✅ 도면/사양은 제출했지만 ‘분류의도’를 설득하지 않았다
→ 단순히 도면을 보내는 것과, 그 도면이 왜 밸브류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
문제가 커진 이유 – 바이어 신뢰도에 금이 가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추가로 수천 달러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고,
계약 당시 예상한 총 수입원가가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세관 판단은 예측이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바이어는 "전문가라면서 이걸 왜 예측 못 했느냐”며 책임을 추궁했습니다.
결국 단가 일부를 인하해 관세를 분담했고,
해당 바이어는 차기 물량은 타 공급처로 분산 구매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이 사건은 HS 코드 분류 하나가 단순 금전 손해를 넘어 거래 관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실무자 체크리스트 – HS 코드 분류 실수 줄이기 위한 전략
- ✅ 수입국 세관 기준 확인은 ‘선적 전’에 끝내라
- 바이어, 현지 에이전트, 또는 KOTRA 무역관에 문의해서
해당 품목이 수입국에서 어떻게 분류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바이어, 현지 에이전트, 또는 KOTRA 무역관에 문의해서
- ✅ FTA 대상 여부와 품목표 ‘코드’까지 대조
- FTA는 단순히 국가 간 협정 여부가 아니라,
해당 품목이 협정 대상인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 FTA는 단순히 국가 간 협정 여부가 아니라,
- ✅ 제품 설명서 + 기능 요약본 + 분류 사유 정리본 제출
- “이 제품은 단순 연결이 아닌 유체 제어 기능이 있으며,
밸브 본체에 구동부가 포함된 구조”임을 문서로 정리해 제출해야 합니다.
- “이 제품은 단순 연결이 아닌 유체 제어 기능이 있으며,
- ✅ 불명확하면 ‘관세사’ 자문 또는 사전심사 제도 활용
- 한국무역협회 또는 한국관세사회 추천 관세사,
필요시 세관에 사전 품목분류 심사 요청(Advance Ruling) 가능합니다.
- 한국무역협회 또는 한국관세사회 추천 관세사,
결론: HS 코드 분류는 수출자의 책임이다
수입국 통관이기 때문에 바이어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은
무역 실무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HS 코드 분류는 정확한 제품 이해와 국제 규정 해석 능력을 요구하는 핵심 업무이며,
실수 하나로 수출 이익은 물론, 바이어와의 신뢰, 향후 거래 기회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시장조사를 주제로,
“이 제품, 해외에서 팔릴까요?”
KOTRA, 트레이드맵, UN Comtrade 등 무료 도구를 활용해 수요를 분석하고, 바이어를 찾는 방법을 소개해드릴게요.
무역 중급 시리즈
- 1편. 서류 하나 잘못 썼다가 수출이 중단됐습니다 – 밸브 수출 실무자의 실수 노트
- 2편. 계약서에 FOB 썼다고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 밸브 수출 계약의 현실
- 3편. QC 했는데 왜 클레임이 들어왔을까 – 표면 불량으로 인한 수입 거부
- 4편. 통관 단계에서 막힌 밸브 – 수출입 절차의 복병
- 5편. 신용장(L/C), 진짜 안전한가요? – 대금 결제, 서류 불일치, 그리고 신뢰의 균열
- 6편. 이 제품, 관세 8%일 줄 알았는데 20% 나왔습니다 – HS 코드 분류 실수의 대가
- 7편. 이 제품, 해외에서 팔릴까요? – 무료로 할 수 있는 해외시장 조사 실무방법
- 8편. 밸브 수출, 중동과 동남아는 왜 다른가요? – 국가별 인증·기준·문화의 차이
- 9편. 무역 실무에 바로 써먹는 핵심 용어 정리 – 이건 꼭 알고 넘어가자